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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대 생활/치대 1학년

[호주 치대 1학년] 기공 수업 | 왁스 깎는 노인.. 아, 아니 치대생이 되어보자

by JJANY 짜니 2024. 1. 30.

80퍼센트 정도 완성한 상태의 치아모형

 

1학년 2학기 기공실습의 꽃은 왁스로 치아모형을 만드는 과제였다. 이 때는 미켈란젤로에 빙의해 큰 직육면체의 왁스 속에 내가 장차 조각할 치아가 숨어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2학기 초반엔 직육면체의 왁스 덩어리를 모형 사이즈로 깎아내느라 몇주를 보냈다. 왁스는 생각보다 부드럽지 않았고, 내 손은 생각보다 약했다. 3시간짜리 기공 수업이 끝나고 나면 왁스 나이프를 꽉 쥔 모양 그대로 손이저리고 굳은 살이 생겼다. 하지만 이 인내의 시간을 성의없이 보냈다간 나중에 모형을 깎을 때 왁스 덩어리가 모형보다 작아져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늘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마음가짐으로 몽둥이를 깎.. 아니 왁스를 깎는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한 학기동안 전치부 치아 1개, 구치부 1개를 랜덤으로 받아 학기가 끝나기 전 완성해야 했다.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이 과제를 어려워했다. 조각을 취미삼아 하던 사람들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조각 나이프를 쓰는 법도 익숙치 않아 치아가 울퉁불퉁한 모양을 벗어나지 못하기도 하고, 아직 형태학을 완벽하게 익히지 못해 치아 모양이 이상해지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실수로 왁스를 너무 많이 잘라내 버리면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치아 전체 비율을 작게 만들거나, 잘려나간 부분의 비율이 이상해져버리는 케이스도 왕왕 있었다. 

 

이렇게 성적 기준표가 있는데, 여기서 패스를 하지 못하면 (50점을 넘지 못하면) 학기가 끝난 이후, 학교에 와서 다시 과제를 해 제출해야 한다. 1학년 때는 이 왁스 카빙 때문에 학교에 남았어야 하는 친구들이 꽤나 있었다. 

 

🌟 왁스 카빙 꿀팁 🌟

아래는 내가 친구들을 도와주며 깨달은 몇가지 꿀팁이다.

 

1. 항시 기준으로 잡는 모형을 옆에 두고 왁스와 비교해야 한다. 상상력보단 관찰력! 

본인이 깎은 왁스 모형이 기준 모형과 크게 다르다면, 이는 십중팔구 본인의 상상력에 기반해 조각을 했기 때문이다. 따라할 모형이 바로 옆에 있는데 굳이 상상력을 동원할 필요가 없다. 본인이 모든 치아의 형태학을 100% 아는 것이 아닌 이상, 참고자료가 있다면 옆에 두고 수시로 보면서 비교하자. 

 

2. 현실의 모든 물체는 3차원임을 생각해야 한다. 나무보다 숲을 먼저! 

직육면체의 왁스 블록에서 조각을 시작하는 조건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육면체의 한 면씩을 돌아가며 깎는다. 이 스킬 덕분에 일이 쉽긴 하지만, 이렇게 되면 나중에 치아가 전체적으로 6개의 면으로만 구분되게 된다. 자연스러운 모양을 위해서는 치아가 가진 무수한 면을 모두 생각해야 한다. 6개의 면만 생각하고 조각을 하다보면 두 면이 만나는 부분이 어색하게 나온다. 

 

3. 한 방향이 아니라 상하좌우대각선 여러 방향으로 블럭을 돌려가며 깎아야 한다. 부드러운 표면의 비법은 돌려깎기! 

한 방향으로만 나이프를 움직이면 나이프 자국이 남으면서 표면이 울퉁불퉁 해진다. 

 

4. 치아의 굴곡을 선이 아닌 면으로 조각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3차원을 2차원으로! 

조금 어렵게 들릴수 있을 것 같아 아래 그림을 준비했다. 왼쪽위의 굴곡을 재현할 때, 선으로 파내는 것이 아닌 각 면을 조각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파란색 부분을 알맞은 경사각으로 깎고, 빨간색, 초록색, 검은색 순으로 깎아내면 면들 사이에 선은 자연스럽게 생긴다. 

 


지금 왁스조각을 하다 이 글을 보게 된 당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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