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대 생활/치대 1학년

[호주 치대 1학년] 기공 실습 | 치아 석고 모형 제작 수난기 | 기포 헤는 밤 | 꿀팁 전수 포함

JJANY 짜니 2023. 2. 6. 09:27

기공 수업에서 어려웠던 건 사실 치아 석고 모형 제작이었다. 물과 석고 가루의 비율을 잘 맞추고, 바이브레이터를 이용해 몰드에 석고를 아. 주. 천천히 부어야 구멍이 나지 않고, 몰드가 석고로 잘 채워져 예쁜 모형이 나온다. 다만, 성격 급한 나는 내 나름대로 천~천~히~ 석고를 붓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택도 없이 빠른 속도였다. 당연히 모형은 구멍이 뽕뽕. 이걸 학기말에 최종 과제로 그대로 내면 낙제다 낙제. 

 

게다가 와이어는 내 손이 빠르면 하나를 후딱 끝내고, 다음 와이어를 받아 몇 개든 만들어 낼 수 있었는데, 이 모형 제작 과제는 한정된 바이브레이터의 개수 때문에 동기들 모두가 기계를 한 번씩 다 쓰고 나서야 내 차례가 돌아왔다. 또한, 몰드의 개수 역시 제한적이고, 석고가 몰드에서 굳는 시간까지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모형을 무한개 생성할 수 없었다. 수업시간 한 번에 많아야 3개, 적으면 2개밖에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나의 모든 모형들은 구멍 뽕뽕. 그 와중에 제일 구멍이 적게 난 모형들을 골라 중간평가 과제를 제출했다. 중간 평가는 최종 성적이 아니라, 본인의 현재 상태를 알려주는 정도다.

 

이 과제도 와이어 밴딩 과제와 마찬가지로 큰 기포 하나에 감점 하나, 작은 기포에 또 감점 하나, 기포 하나에 감점, 감점, 감점... 나는 근심 가득하게 내 모형 속의 기포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feat. 윤동주의 별 헤는 밤) 흠흠 암튼... 아래 성적 기준표와 같이 조건이 아주 까다롭다. (아래는 최종 성적 기준표)

치아 석고 모형 제작 성적 기준표

 

불안한 마음으로 중간 평가 과제를 내고 2주 뒤 다시 내 손에 돌아온 모형들과 중간 평가 결과지.

기공 과제 중간 평가 결과. 석고 모형 하나가 기준 불충족(빨간 확대경)를 받고 말았다. 점수가 깎인 부분은 다 연필로 표시(노란 확대경)가 되어 돌아왔다

중간 평가 결과는 4단계로 나뉘어 나온다. 

 

1. HS (High Standard) - 기준보다 높음

2. SAT (Satisfactory) - 기준 충족

3. US (Unsatisfactory) - 기준 불충족

4. NC (Not completed) - 미완성 (채점불가)

 

결과는 역시나 석고 모형 하나 낙제!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마침 학기 중간 방학 2주가 있으니 이 시간을 잘 활용해야겠다 생각했다.  

 


대책 1

제일 처음 생각한 대책은 치과의사인 친구에게 SOS를 요청하는 것이었다. 그는 흔쾌히도 본인이 일하는 병원에 와서 연습해도 좋다고 원장님의 허락을 받아 왔다. 이 자리를 빌려 그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 (이준아 너무 고마웠다)

친구가 일하는 병원에서 내 치아를 본 떠 만든 석고 모형

그가 일하는 병원에는 몰드가 따로 없어 내 입과 그의 입을 빌려 모형을 떴다. (입도 빌려주고.... 다시 한번 고맙다, 이준) 그 치과에서 일하시는 어시 선생님 역시 오랜 경력으로 다져온 꿀팁들을 아낌없이 전수해 주셨다. (역시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 치아 석고 모형 제작 꿀팁🌟

1. 석고 가루에 물을 넣을 때

사실 석고 가루와 물의 비율은 정해진 비율이 있다. 학교에서는 딱 정해진 대로 계량컵을 이용해 작업을 했다. 그러나 수년간 실무를 다져온 치과의사 친구와 어시쌤께서는 그보다 본인이 작업하기 편한 농도를 알아내서 그 농도를 맞추는 게 좋다고 했다. 처음에는 조금 묽게, 흐름성이 있게 작업하는 게 좋다고 조언을 해 주었다. 몇 번 하다 보니 나도 나에게 맞는 물과 석고의 농도를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하던 것보다는 살짝 더 묽은 상태가 작업하기 좋았다.

 

2. 석고 가루와 물을 섞을 때

학교에서는 스패츌라만 이용해서 석고 가루와 물을 섞었다. 다만 이 작업이 익숙하지 않아 제대로 섞이지 않는 부분이 생기거나, 섞는 중에 공기가 너무 많이 들어가 모형에 기포가 많이 생기는 등 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는 믹싱 볼을 손으로 들고 하지 않고, 약하게 켜진 바이브레이터 위에 올려두고 작업을 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믹싱볼 바닥을 바이브레이터에 딱 대고 스패츌라로 믹싱볼 바닥을 탁탁 치면, 아래에 깔려있는 작은 기포들이 맨 위로 올라온다. 이 작은 기포들을 스패출라로 깨 주면 석고를 몰드에 붓기 전 기포를 최대한으로 제거할 수 있다.

 

3. 석고를 몰드에 부을 때

석고를 천천히 붓는 것보다 더 중요했던 건, 석고를 몰드에 얇게 먼저 한 겹 까는 것이었다. 석고를 몰드에 얇게 한번 부으면 작은 기포도 눈으로 보이고, 그 기포를 깨면서 모형의 가장 겉면을 채울 수 있다. 그렇게 제일 겉에 면에 기포가 보이지 않으면 다시 한 겹 더 천천히 부으며 몰드를 채우면 된다. 이때부터는 석고를 그렇게 얇게 깔지 않아도 되고, 아주 작은 기포까지는 깨 주지 않아도 된다. 모형이 굳고 나서 기포가 보이는 것은 가장 겉면이기 때문에, 모형 안에는 기포가 있어도 사실 상관없는 것이다. 

 

 


대책 2

그러나 시간 날 때마다 그가 일하는 병원에 가서 연습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민폐였다. 석고 가루야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몰드나 찾아보자 하고 치과 용품 도매 업체에 전화를 돌렸다. 불행히도 내가 찾는 몰드를 갖고 있는 업체가 없었다. 다만 그중 한 업체에서 주변 기공소에 연락을 해보라는 조언을 해 주었다. 도매 용품 업체 근처 한 기공소에 전화를 해서 내 상황을 설명하고 혹시 몰드를 살 수 있냐 물으니 기공소장님께서 그냥 와서 몇 개 가져가라는 친절을 베푸셨다! 그렇게 두드린 생판 모르는 기공소의 문. 

 

소장님과 직원 두 분이 일하는 작은 기공소였다. 여기서 나는 염치도 없이 '혹시 여기서 연습 좀 할 수 있을까요?' 물었고, 이 친절하신 분들은 '그래, 재료도 다 있으니 온 김에 연습하고 가도 좋다' 하셨다. 이걸 마다할 내가 아니지. '정말??? 너무너무너무 고마워!!'를 연신 외치며 스패츌러를 잡았다. 

 

이분들은 본인들 일이 바쁨에도 불구하고, 내 옆을 번갈아 왔다 갔다 하며 여러 가지 조언을 해 주었다. 그리고 얼굴에 철판을 두툼히 깐 나는 그 뒤로도 이틀을 더 기공소를 찾았다. (물론 양손 무겁게 케이크와 먹을 것을 들고) 그렇게 3일의 특훈이 끝나고 나니 제법 그럴듯한 모형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기공소 작업대와 위쪽에 보이는 기공소장님 (좌), 3일간 내가 만든 모형 (우)

 


그렇게 여러 꿀팁들을 전수 받고, 기공소에서 스파르타 연습도 며칠 한 끝에 학기말 최종 과제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제출했다. 

기포가 확실히 줄어든 최종 제출한 과제 1
기포가 확실히 줄어든 최종 제출한 과제 2

다행히 최종 성적은 낙제가 아니라 Distinction이었다.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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