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호주에서 받은 학사 학위가 있음에도 다시 학사과정으로 치대에 입학했다.
제일 큰 이유는 학비였다.
호주는 유학생과 호주 학생의 학비 차이가 엄청 크다. 특히 학사과정은 호주 정부에서 보조금 지원을 많이 해 주기 때문에, 호주 학생들은 유학생들의 1/6 정도 학비로 학교를 다닐 수 있다. 예를 들어, 퀸즈랜드 대학교의 치대 학사과정은 유학생들의 연간 학비가 $77,500이고, 호주 학생들의 연간 학비는 $9,850이다 (2023년 기준). 반면에 석사과정은 나라에서 많이 지원해주지 않기 때문에 유학생과 호주학생의 학비 차이가 크지 않다. 물론 유학생들이 더 내기는 더 낸다. 예를 들면, 시드니 대학교의 치대 석사과정은 유학생들이 연간 $86,500을 내고, 호주 학생들은 $70,500을 낸다 (2023년 기준).
유학생으로 치대를 마칠 것이었다면 학사 5년이나, 석사 4년이나 비슷하게 약 3억 정도가 든다. (맞다. 3억 좀 더 든다. 숫자가 너무 커지니 그냥 3억이라고 하자.) 엄청난 학비다. 내 이전 포스팅을 읽었다면 왜 4년짜리 석사과정이 아닌 5년짜리 학사과정? 이라는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학교에 다니는 도중 호주 학생이 될 수 있다면? 치대 학사과정을 다니다가 호주 학생으로 변경된다면 학비를 억 단위로 아낄 수 있다!
유학생이 어떻게 갑자기 호주 학생이 될 수 있냐고?
그건 내가 이전에 호주에서 수료한 학사학위가 호주에 부족한 직업직군 관련 학위(방사선사 학위)였고, 해당 직업으로 기술 심사를 마친 후에 그 직업으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superior 레벨의 공인 영어 성적이 있었고, 이미 EOI (Expression of Intererst)를 호주 정부에 제출한 상태였다. 즉, 기술이민 준비가 모두 완료되고 호주 정부의 초청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치대 입학 원서를 접수할 당시, 향후 1-2년 안에 영주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영주권은 기약 없는 기다림이다. 내 영주권이 언제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거다. 그래도 나는 도박을 걸었고, 치대 1학년 생활을 하다 8월에 초청장을 받고 11월에 영주권 승인을 받았다. 영주권을 받자마자 학교에 연락해 유학생에서 호주학생으로 카테고리를 변경했고, 정부에서 학비 보조금 지원 확인까지 받았다.
그렇다. 올해부터는 나도 호주 학생인 것이다. 호주 학생 학비를 내는!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몇몇 의치대 학교는 나처럼 유학생으로 들어와 호주 학생이 되어버리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모집요강에 여러 조항을 끼워 넣기도 한다. 본인이 지원하는 학교의 모집요강을 잘 읽어보고, 거주비자 변경에 관한 학교 규정도 찾아보고, 또 입학 허가서를 받으면 입학 허가서에 나와있는 내용도 자세히 읽어봐야 한다.
어떤 학교는 유학생에서 호주 학생으로의 전환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명시해놨다.
또 어떤 학교는 유학생이 호주 영주권을 받으면 더 이상 학교에서 공부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
나는 입학하기 전에 학교 폴리시를 전부 뒤졌고, 입학 허가서도 꼼꼼히 읽어 위와 같은 내용이 없는 걸 확인했었다. 학교에도 직접 전화해 여러 번 위와 같은 조항이나 제약이 있는지도 물어봤었다. 대부분의 학사과정은 이런 조항이 없었던 것 같다. 단, 이 말만 믿지 말고, 본인이 지원할 학교의 규정을 잘 읽어보길 바란다!
학사과정을 선택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그 이유도 역시나 학비였다.
나는 호주에서 의료 관련 학사과정을 졸업해서 이미 생물학, 해부학 등 기본적인 의료 과목은 이미 수료한 상태였다. 학사과정으로 다시 들어간다면 이런 과목들을 면제해 준다. 과목 면제란 학비 면제와 같다. 특히 영주권이 나오기까지 1-2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 예상했고, 이런 기본 과목들은 1-2학년에 몰려 있으니, 유학생 학비를 내는 동안 최대한 과목 면제를 받으면 학비 역시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었다.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총 8과목 중 3과목을 면제받았다. 그렇다. 학비가 거의 반으로 줄었다. 그것도 유학생 학비가! 그리고 내년부터는 호주 학생 학비로 학교를 다닐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운 좋은 일인가. 그저 감사하고 감사하다.
치대에 입학하기전 나는 이런 내용들로 계산기를 두드렸고, 영주권이 빨리 나와준다고 가정했을 때, 이 정도면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모든 일이 다 내가 계획한 대로 풀렸다.
호주로의 유학, 이민을 꿈꾸는 모든 분들도 미래를 꼼꼼히 계획하여 생각한대로 일이 술술 풀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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